다리가 시려서 한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지내야 한다는 환자

5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다리가 시리다는 증상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가만히 앉아 있거나 자려고 잠자리에 들어 누워있을 때 두 다리가 끝에서부터 시리기 시작하여 이후 발 전체에 생긴다고 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보통 밤이 되면서 더욱 심해져 이 증상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다리를 계속해서 뻗거나 움직여야만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또한 한여름에도 너무 다리가 시려서 두꺼운 양말을 신고 지낸다고 한다.

환자는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여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일에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낮 동안에 매우 졸리는 것 외에도 직장 업무 중에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거나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장거리 이동할 때에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매우 괴롭다고 한다. 밤에는 수면 부족, 낮에는 일상활동에 심각한 지장으로,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때로는 매우 우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흔히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위 환자와 같은 증상은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약간은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으나, 실제로 매우 흔하다. 필자는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피부 아래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자꾸 시리고 저리다” 등의 호소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는 단지 과도한 스트레스(stress)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하여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한 역학 조사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5-10%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편두통이 있는 경우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전반적으로 신경계가 민감화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철분 결핍이 있는 환자에게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철분 부족을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으로 생각하였으나, 연구결과 중추신경계의 도파민(dopamine) 기능저하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발생 기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한 통계에 의하면 환자는 보통 하지불안 증후군의 증상이 생긴지 보통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20 또는 30대에 증상이 발생하여, 50대 이후에 하지 불안 증후군으로 진단이 된다고 한다. 또한 불행하게도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져 병자체가 진행된다고 하니,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