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약이 되는 음식이 내게는 독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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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음양론’이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 기존의 ‘선악론’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선악으로 나누는 세계에서는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좋은 직업과 나쁜 사람, 나쁜 음식,
나쁜 직업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밖을 향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나’는 잊혀진다.
현대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남의 시선’을 더 신경 쓰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보다 미디어가 좋다고 하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도 엄밀히 보면 다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음양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유용성은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나의 ‘필요’ 혹은 ‘상태’에 따라 결정되게 되니 자연히 관심은 ‘밖’이 아닌 ‘안’을 향하게 된다.
좋은 배우자의 기준은 지금 나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좋은 음식은 지금 내 몸의 필요에 따라 그 때 그 때 달라지게 되니,
항상 나의 필요를 점검해야 하니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관심이 가장 중요한 지식이 된다.
이러게 ‘나’에 대한 생각과 ‘나’와 ‘타자’에 대한 관계에 대한 고민을 확장 시키다 보면 ‘체질’이니 ‘궁합’이니 하는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데,
동양의 문화권에서는 이미 ‘상식’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개념들이 아직도 여기 미국같은 서양의 문화권에서는 ‘생소’하고 ‘특별’한 사고방식으로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이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니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은 슈퍼푸드나 누구의 건강에나 큰 도움이 되는 최고의 운동같은 것 들을 끊임 없이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모습은,
사실 본인 같은 한의사의 눈에는 굉장히 ‘몰상식’하게 비쳐질 때가 많다.
아직 성장기에 있고, 활동량이 많아 어마 어마한 에너지량이 필요한 아이는, 당연히 우유나 고기같은 고열량, 고단백 식품이 필요하다.
물론 위장의 용량 문제로 인해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간식 포함 하루에 적어도4번에서6번씩은 먹어줘야만 아이들은 신체의 필요를 충당할 수 있다.
당연히 많이 먹고 많이 쓴 만큼 나오는 부산물을 배출하기 위해, 대변도 하루에 두세번씩은 가야 한다.
이것이 어린아이에게 좋은 식단이고, 식습관이며, 건강한 배변 활동의 대략적인 기준이 된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갈 때 우리 신체는 더 이상 성장을 위한 에너지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예전처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 중년을 넘어선 이후에는 예전처럼 고열량, 고단백의 식품을 찾기 보다는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으면서도 주로 담백한 ‘야채’나 ‘과일’위주의 식단으로 간식까지 포함해 하루 2-3번 정도만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으면 충분하다.
이보다 과한 섭취는 건강에 득이 되기보단 오히려 내 몸에 해가 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나잇살’이 사실은 나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운명’이 아니라,
세월에 따라 바뀌는 몸 상태에 따라 ‘식습관’ 또한 따라 바꿔야 한다는 한의학적인 ‘상식’을 무시한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약이 내게는 독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음식들에 내게는 약이 된다.
어렸을 때는 먹을 때마다 속이 불편했던 음식들이 나이가 들수록 자꾸 생각이 나고, 오랬만에 먹어보니 이번에는 몸이 가뿐해 지고 좋은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종종 겪는 이러한 현상들에 더 이상은 의아함을 품지 말자.
어떤 이유로는 내가 변하면 좋은 음식도 변하는 것이 바로 한의사의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