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신발 끈을 풀어 줄 수 있을까?

어느 모임에서 세례자 요한의 “나는 그분의 신발 끈도 풀어드릴 자격이 없다.”라는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다. 글쎄, 우리가 쉽게 알아들어야 하는 부분은 예수님의 신발 끈도 우리는 풀어드릴 자격이 없다는 말씀은 알아듣겠는데, 이 말씀을 성경으로 풀이하자니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주님’이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가 감히 어떤 말로 풀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해 보니, 성경 말씀을 풀이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부부를 놓고 묵상해 보면, “나는 아내의 신발 끈도 풀어 줄 자격이 없다.” “나는 남편의 신발 끈도 풀어 줄 자격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부모님의 신발 끈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라고 묵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2천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기보단, 그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묵상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남편이 앉아 있었다. 잠깐 남편이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 아내가 입을 삐죽거리며 “은퇴하더니 어디를 가도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저 사람 때문에 정말 답답하고 짜증이 나요.”라며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온종일 아내가 집에 돌아올 그 시간만 기다리는 남편, 그때 남편이 돌아와 자리에 앉더니 “부부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라며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이럴 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나보고 맨날 자기를 따라다닌다고 하는데 저 혼자 은퇴하고 집에 있자니 심심해서 같이 가고 싶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자꾸 왜 따라오느냐고 하는데 어떤게 맞나요?”라고 묻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지 않나요? 좋은 보약도 너무 자주 먹으면 탈이 나듯이 말입니다.”라고 하자 아내가 남편에게 “여자도 자신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 친구 만날 때도 같이 가자고 하고, 무슨 일 보러 갈 때도 같이 가자고 하고 정말 답답해요.”라고 한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취미도 없고 무엇을 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없는 남편, 일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밥하는 것도 참견, 반찬 만드는 것도 참견, 앉았다 잠깐 일어나도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편, 그런 남편 때문에 아내는 지쳐 있었다.

 

 

아내의 마음도 남편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강아지가 주인만 졸졸 따라다니듯이 남편의 행동에 아내는 은퇴한 남편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우리 친구들 몇몇이 친목회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거기까지 와서 여자들만 있는데 앉아 있으니 참 민망해요.”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그래서 나는 같이 끼지 않고 다른 자리에 앉아 있잖아”라고 한다. 아무리 보아도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아내 곁에만 있는 남편의 행동 때문에 아내는 괴로웠고, 자신을 타박하는 아내 때문에 자신은 너무 서글픈 마음일 뿐이라는 남편, 오늘 아내는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고자 우리를 만나러 왔는데 ‘어디 가느냐? 나도 같이 가자.”라고 하며 따라왔다는 남편, 아예 온 김에 다 털어놓자며 하소연하는 아내와 남편의 모습을 보며, 세례자 요한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감히 성경 말씀을 내놓을 자격은 없었지만, 세례자 요한의 말을 인용하기로 하였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내의 마음도 헤아려 주시면 어떨까요? ‘나는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할 자격이 없다.’라고 생각하시고 아내분도 ‘나는 남편의 마음을 상하게 해 줄 자격이 없다.’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서로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하자 그들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남편이 “알겠습니다. 저 심심한 것만 생각했지 아내가 이렇게까지 불편해할 것은 생각하지 못했네요.”라고 하고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언가 잡히는 것 같네요.”라고 하였다.

 

 

우리는 늘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것은 맞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 그것이 문제일 것이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한다면, 모두 잘 해결될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서로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것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일 뿐이다.
얼마든지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있지만, 그것을 아름답게 볼 수 없다면 그것은 바로 불행일 것이다. 나의 것도 소중하지만,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남편이 “여보 미안해, 당신이 이런 마음일 줄 정말 몰랐어.”라고 하더니 “그래도 가끔 나 좀 끼워 줘라. 응?”이라며 어울리지 않는 재롱을 떤다. “나 혼자 가야 한다고 하면 나도 좀 봐 줘라. 응?”이라고 아내가 대답한다. 그렇다. 우리는 상대가 누구이건 그 누구의 신발 끈도 풀어 줄 자격이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예진 봉사센터 웹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