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shutterstock_319607033-326x245최근 미국 듀크대 의대, 로스앤젤레스 캘리초니아대(UCLA), 영국 킹스칼리지, 이스라엘 헤브루대, 뉴질랜드 오타고대 등의 국제 공동연구진은 사람의 노화가 26세부터 시작된다라고 발표를 했다. 이는 여러가지 신체기능과 지표들을 나이별로 분석하여 사람의 신체 기능이 종합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하는 시점, 즉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찾으려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나이를 기준으로 삼을 때 약 50세라고 보았다. 이는 한의학에서 인체의 여러가지 기능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지목하는 정(精), 기(氣), 신(神), 혈(血)이라는 구성요소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부족해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50세를 전후해서이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학에서는 신체기능이 정점을 지나 하락 그래프를 그리는 시점을 노화의 시작으로 본 반면, 한의학에서는 신체기능 그래프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시점을 노화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노화의 시작이 어디쯤이든, 일단 노화가 시작되면 우리 몸안의 오장육부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동시에 질병상태로부터의 회복능력 또한 저하된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환자에게 질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회복의 어려움까지도 야기하게 되어 종국에는 노화가 사망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버린다.
그럼 한의학에서 노화의 근본원인으로 지목하는 정.기.신.혈의 부족은 대체 어떤 신체상태를 의미할까?
먼저, 정,기,신,혈 중 ‘정’은 신장의 정액, 뇌와 척수를 흐르는 척수액, 뼈속의 수액등 인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미세물질로서, 이 물질들이 부족하면 생식능력이 저하되며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기’는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무형의 근원적 에너지로, ‘기’가 부족해지면 우리몸에서는 활력과 기운이 떨어지는데 이 또한 노화를 전형적인 증상이다. 또, ‘신’은 기에서 비롯된 정신을 일컫는데 쇠약해지면 인지기능 저하와 정신질환이 초래되며 이러한 변화는 치매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혈’은 기의 작용에 의해 인체를 돌아 다니며 영양분을 공급하는 유형의 물질인데 주로 음식물에서 얻어진다. 우리 몸에서 혈이 부족하면 당장 신체적인 조직에 영양분이 공급이 되지 않아 생리적인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정,기,신이 부족해지지 않게하고 혈을 원할히 공급하면 이러한 각종 노화 현상을 억제할수 있다고 보고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장수를 위한 양생법과 섭생법을 만들어 실천토록 가르쳤고, 침으로 기운을 조절하고 뜸과 보약으로 기운을 보강하는 치료법을 통해 정,기,신,혈의 누수를 방지하여 노화를 억제해온 것이다.
이렇게 전통의 한의학이 정,기,신,혈의 관점, 즉 육체적인 관점에서 주로 노화라는 문제를 접근해 왔다면, 한국의 사상체질의학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음과 몸의 관계를 분석해 체질에 따른 양생법을 따로 제시했다. 예컨데 태음인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취약해 이러한 감정상태가 질병을 일으킬수 있으며, 게으르고 많이 먹는 경향이 있어 비만 등 성인병이 오기 쉬운 체질로 분류하였다. 그러므로 태음인은 모든것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것을 경계하여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추구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비결이라고 본다. 소음인은 항상 불안해하는 마음이 병을 유발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소화기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소음인은 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하고 섭생에 특히 조심하여야만 젊음을 유지할수 있다고 보았다. 태양인 소양인 등 양인들은 기운이 주로 위로 치솟기 때문에 아래가 허한 상태가 되기 쉬우니, 마음가짐, 음식과 약물 섭취 등에서 양보다 음을 중시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위로 솟구치는 기운이 병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한의학은 이렇 듯 바람직한 장수의 비결로 공경(恭敬)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과욕을 부리거나 너무 많이 먹거나 안일한 것 등을 경계하라는 뜻인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절제와 중용의 도가 젊음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