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에서 깨어보니

또 잠이 들었었다.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니, 역시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잠이 들었을때는 1500년 이었다. 나는 빵 배달부였다. 나에게는 말수레가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빵을 배달했다. 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던 1600년, 1700년, 1800년에도 나의 일상생활은 매한가지 였다. 같은 방식으로 먹고, 자고, 씻고. 그러다 1870년에 낮잠을 1940년에 깨어났을때는 세상이 변해 있었다. 말수레 대신에 자동차라는 것이 생겼다. 사람들이 전화라는 것을 통해서 장거리 실시간 대화를 했고, 전등이라는 발광물체로 밤을 밝혔으며, 하늘에는 비행기라는 물체로 하늘을 날아갔다. 뉴욕에는 10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생겼고, 에어컨디션은 한 여름에도 실내온도를 내려 주었다. 이 모든 것들이 단 70년의 낮잠에 변해 있는 것이다. 몇 백년동안 한결같던 일상생활이 과연 어떤 이유로 70년만에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걸까?

 

두가지 “일반목적성 기술”의 개발이 그 원동력이 되었다. 전기와 내연기관 엔진. 이 두가지 기술은 몇백년의 삶의 방식을 단 한 세대만에 바꿔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의 근본적인 삶은 돌아갈 수 없는 변화를 맞았고, 새로운 직종과 업종이 생겨나게 되었다. 생산력은 몇백배의 효과를 가져왔고, 농부가 하루걸려 소쟁기로 갈던 밭을 트랙터로 몇 십분안에 끝낼 수 있었다. 1944년에는 미국항공기 제작공장에서, 한시간에 한대씩 폭격기가 생산되었다. 세계경제는 엄청난 진보와 혼돈을 겪어내야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연연한 측은 도태를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1950년에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2017년에 깨어났다. 이번에도 새로운 “일반목적성 기술”이 개발되었다. 컴퓨터가 보편화 된 것이다. 컴퓨터는 인터넷을 제공했고, 종이대신 컴퓨터 화면, 종이돈 대신 온라인 페이먼트 등등. 그러나 나에게는 컴퓨터외에는 별로 달라진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자동차를 몰고 다녔고, 냉장고, 전등, 비행기, 에어컨등은 이미 내가 잠들기 전에도 존재하던 기술들이다. 즉, 지난 70년동안은 파격적인 기술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2004년을 기준으로 경제 생산력이 저조한 것을 목격하고 있다. 1900년부터 폭발적으로 상승하던 생산력이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결론은 아직 우리에게는 전기나 내연기관 같은 파격적인 “일반목적성 기술”이 제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많은 변화도 사실상은 더딘 발달에 그치고 있다. 아직도 에이전트가 집를 보여주고, 가격편견에 다투어야 하고, 서류와 규정으로 범벅된 융자에 하염없이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오로지 주택을 인터넷을 통해서 소비자가 직접 검색할 수 있다는 혜택만이 유일한 밤 하늘의 북극성같이 빛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