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들 – 3편

이 전의 두 편의 글을 읽지 못하신 분을 위해서 잠깐 정리를 하려고 한다. J씨는 각종 어깨 질환을 한 몸에 지니고 고통을 받는 환자였다. 다행히 두 차례의 주사요법으로 통증의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굳은 어깨 근육을 풀기위해 물리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물리치료를 하려고 하면 어깨를 움직여야 하는데 어깨를 움직이면 통증이 다시 심해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물리치료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는데 다행히도 마약성 진통제가 아무런 부작용도 없었을 뿐더러 효과가 너무 좋아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물리치료를 처방하고 아플때마다 복용할 수 있는 넉넉한 양의 진통제를 처방해드렸다. 그런데 문제는 한 달 후에 발생했다. 환자가 필자를 만나기 위해 왔는데 통증이 조금 더 악화되었다. 진통제가 문제라도 있었나 했는데 알고보니 진통제가 문제가 아니라 진통제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이없게도 진통제를 도난당한 것이다. 같은 노인 아파트에 사는 노인을 초대해서 차를 끓여서 대접하고 보냈는데 손님들이 가고 나서 보니까 약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황당하게도 손님이 도둑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분들이 약을 가져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증거도 없이 쫒아가서 약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힘없는 노인이 완력으로 약을 다시 찾아올 수도 없었다. 더욱이 귀한 보물도 아닌데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약이 없이 참으면서 2주 가량을 보내다가 필자에게 진료일이 되어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필자도 역시 분한 일이었지만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다음부터는 금고를 사서 약을 보관하시라고 조언해드리고 새로운 처방을 내드렸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서도 약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매우 많이 듣는다. 즉, 필자에게는 도난당한 약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이야기의 새로운 점이라면 노인 아파트에서 지인들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이지만 실상 마약성 진통제를 자주 처방하는 통증의학 전문의 입장에서는 약을 도난당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많이 듣는 레파토리이다.
그럼 누가 왜 약을 훔치는지 다음에 이어서 설명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