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보다 숲을 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교훈중에 “절대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 대화 토픽” 두가지가 있다. 이 토픽을 시작하면 전혀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때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 친하던 동료도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이 토픽을 다루다 보면 서로 의(義)를 다치게 될때도 있다. 이는 마치 아내에게 처가집을 평가하는 것과 같고, 아무리 좋게 평가하려고 해도 결국은 나쁜 X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험으로는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가 많아서, 대화 토픽을 시작하지도 않고, 시작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하나는 ‘종교/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이다.

 

 

그런데 종교와는 달리 정치는 피할 수 없이 4년에 한 번씩 우리를 찾아와서 우리의 우정, 애정, 가치관을 확인 해본다. 얼마전에도 변함없이 정치는 ‘대통령 선거’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접근해 왔다. 어제도 친한 회사동료가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XXX는 찍으면 안돼. 얼마나 XXX한 놈인줄 알어? 그 친구 찍으면 나랑 말도 할 생각말어” 나는 구태여 공화당이 좋은지, 민주당이 좋은지를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의 입장차이를 바라보고 주택경제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주택경제 측면에서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공화당은 우선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세율을 낮추려고 한다. 그리고 낮아진 세율로 인해서 소득이 늘어난 부유층이 고용을 늘리는 방법을 믿고 있다. 세율을 낮추면 세금이 적게 걷히게 되므로 모자라는 액수를 그 동안 제공되었던 ‘세금공제’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그 예로, 그 동안 주택소유자들에게 제공되었던 ‘모게지 이자 페이먼트’에 대한 세금공제를 없애려고 한다. 이는 모게지가 없는 현찰 바이어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고, 모게지를 이용해서 주택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낮아진 세율로 인해서 결국 모두 혜택을 받는다고 믿고 있다.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미국경제”라는 환자가 죽어가고 있으니 대수술을 집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세율에 차별화를 두려고 하고 있다. 연수입이 25만불 이하의 소득자는 같은 세율을 부과하고, 연수입이 25% 이상인 고소득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더 걷어들인 세금으로 국가부채와 경기부양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주택경기 부양책으로는 양적완화를 통해서 주택담보채권을 사들이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미국경제”라는 환자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니 계속 영양제와 비타민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속국에 머물고 있었다. 오랜 투쟁 끝에, 마이클 콜린스(1890-1922)와 동지들은 드디어 몇 백년만에 처음으로 영국으로 부터 독립을 약속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영국이 아일랜드의 북부는 영국의 영토로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만 독립을 약속해준 것이다. 나중에 이 제안이 아일랜드 독립군 세력간의 내분을 조장하려는 영국의 계략이었음이 밝혀졌을때는 이미 늦었다. 아일랜드 독립군은 두 패로 나눠져서 내전에 돌입했다. 우선 아일랜드 일부라도 독립을 인정 받자는 쪽과 아일랜드 전체 독립을 인정받지 못하면 끝까지 투쟁하자는 쪽이었다. 결국 마이클 콜린스는 같은 아일랜드 인의 손에 의해서 암살 된다. 결국 아일랜드에 대한 애국심은 같은데 방법론이 다르다는 정치적 입장에서 애국자가 살해된 것이다. 광복군을 이끌고 독립투쟁에 선봉에 있던 김구 선생도, 영국의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시킨 간디도,, 모두 자국민의 손에 암살 되었다. 결국 핏줄보다 정치적 이념이 더 무서운 것이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미국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 다만 방법론이 다른 것이다. 물론 방법론이 다르다고 내전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요즘 분위기는 내전 만큼 살벌하다고 하겠다. 더 늦기전에 공화당도 민주당도 이제는 나무가 아니고 숲을 볼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