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안다? : 구취

shutterstock_173985155-326x245보통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남들이 알아채기 전에 먼저 스스로 불편한 증상을 느끼겠지만, 개중에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 몸의 이상을 알아챌 때까지도 스스로는 자각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는데 바로 입냄세가 그렇다.
이는 일반적으로 후각이 자신의 체취와는 다른 냄세에 더 예민하게끔 설계되어 있어, 어지간히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스스로 자신의 체취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스로의 구취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통해 자신의 입냄세에 대해 전해 듣게 된다. 이런 연유로 인해 구취로 고민하는 이들은 실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직접적인 불편함 보다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수치심 같은 심리적인 고통에 더 고통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단적인 예로 입냄세가 계기가 되어 이혼까지 했다거나, 본인 스스로 대인관계가 위축되어 대인 기피증이 생기기도 하고, 혹은 자기에게서 구취가 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신경쇠약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상 현상(?)의 이면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으며, 구취는 그 원인만 제대로 찾으면 생각보다 고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므로 제대로만 치료에 임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단 구취는 구강 내적인 원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강내 염증이나, 치태(프라그)의 양, 타액의 분비량, 충치나 치아 사이의 충전물 같은 요인들이 모두 구취를 발생시키는 구강내적인 요인이다. 양치질을 자주 않거나, 구석구석 깨끗이 하질 않을 경우 음식 찌꺼기가 입안에 오래 남아 부패, 발효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잇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충치가 생기면 나중에는 그 자리에서 직접 냄세가 나게 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혀에 발생하는 설태가 이러한 구취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일단 구취가 난다면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질을 통해 구강내 청결을 철저히 유지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치과치료를 병행하며 구강내 염증이나 충치에 대한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럼 구강내적인 원인 이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수 있을까? 조금은 의외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우리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거나 내부장기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면 구강내의 청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구취가 발생한다. 당뇨병이나 내분비 병 등에 걸리면 구취가 발생함은 현대의학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위장, 폐, 심장, 비장과 같은 일부 장기의 기능상의 허실에 의해서도 구취가 발생한다고 본다. 그러니 당뇨같은 큰 병도 없고 아무리 치과 치료를 해도 구취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부분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이나 폐에 과도한 열이 발생하면 이 축적된 열기가 기도나 식도를 타고 상부로 올라오면서 몸안의 냄세를 끌고 올라오는데, 그 과정에서 누런색의 두터운 설태가 생기고 여기에 냄세가 스며들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이 때 입안에 생긴 설태를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냄세를 완화시킬수는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함으로 수일내 설태와 구취가 다시 생겨난다. 결국 이러한 경우에는 식단의 조절이나 한약의 복용을 통해 과도한 위열과 폐열을 식힘으로 체내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만이 근본적이 치료가 된다.
그러면 구강내 원인으로 생긴 구취와 장부 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구취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단 구취와 함께 장부 기능의 이상을 암시하는 다른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구강외적인 원인을 구취의 근원으로 의심해 볼 수 있겠다. 두텁고 누런 설태가 끼거나, 입이 마르고 오목가슴밑이 답답하며 때때로 화끈한 열감이 느껴지다면, 또 속이 자주 쓰리거나, 트림이 잦는 다면 위장의 열을 의심할 만 하다. 신경을 많이 쓸때 비릿내와 비슷한 냄세가 나고 코안이 자주 마르는 경우에는 폐장의 열을 의심할 만 하고, 수개월간 지속되는 구취와 함께 전신 무력감, 위장장애, 신경쇠약, 가슴밑의 답답함, 신물이 넘어오는 증상들이 병행된다면 이 때에는 심장과 비장 기능의 혀약해짐을 의심할 수 있겠다. 열과 같은 실증은 청화(淸火) 즉 화를 꺼서 시원하게 하는 것이 치료법이고 허증은 심비(心脾)를 보하는 것으로 치료 할 수 있는데, 만약 변증을 잘못해 치료를 반대로 행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그러므로 구강 외적인 원인으로 생긴 구취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후 정확한 치료의 방향을 잡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