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연기 20년, ‘청춘스타’서 배우로 가는 중”

“열정과 패기뿐이었던 20대, ‘청춘스타’라는 수식어에 우쭐했던 시간도 있었고, 오로지 내 것만 보며 달리던 시기였던 것 같다.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이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진정한 연기를 하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김래원(36)은 진지한 눈빛과 담담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멜로’, ‘액션’, ‘느와르’, ‘범죄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매번 제 몸에 꼭 맞는 캐릭터를 골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영민한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똑똑하게 선택하는 동시에 치열하게 자신을 맞추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여기에 끈기와 연기에 대한 욕심도 넘친다. 그래서 김래원이 펼치는 연기는 매번 적중률이 높다.

그는 범죄 액션 영화 ‘프리즌’(나현 감독)에서 검거율 100%로 ‘저승사자’로 통하는 에이스였지만 뺑소니, 증거 인멸, 경찰 매수 등으로 교도소에 입소하게 되는 전직 꼴통 경찰 유건을 맡았다. 교도소의 제왕 익호(한석규)와 대립각을 세우며 목숨을 건 복수극를 펼치는 인물이다.

김래원은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한석규 선배님이 함께 하신다니 더욱 참여하고 싶었다. 선배님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했던 만큼 내 역할로서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며 전체 속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나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해야 할 것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정말이지 어리고 틀린 생각이었다. 이제는 최대한 주변을 많이 더 멀리 둘러보며 전체를 본다. 감독님의 의도, 캐릭터의 목적,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굉장히 몰입하면서 나를 통해 그것들이 잘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는 “20년 차가 되니 예전과 달리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해졌다”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느끼는 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고자 하면서도 기술적인 디테일함은 한층 깊어졌고 주변과의 협업은 보다 의연해졌단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을 땐, 그냥 이것저것 다 시도했다. 고집도 부려보고 반대로 감독님에게 완전히 의존하기도 하고…그러다 점차 중간 지점을 찾아갔다. 잘 하려는 것만 하다 보면 발전이 없기에 안 해본 것, 보다 배우로서 경험해야 할 것들을 바라보며 달려온 것 같다. 아직도 그 과정에 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남자답고 진지한 작품들만 한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일부분 맞는 말”이라며 “상남자의 면모를 일부러 강조한 적은 없지만, 의식적으로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는 피했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이름을 알렸고, 사실 그런 장르의 드라마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청춘스타’에서 ‘배우’로 가는 길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다른 작품들에 눈을 돌렸다. 내가 거절한 작품 중에 굉장히 잘된 작품도 몇몇 있었지만 결코 후회는 없었다. 이름값이 아닌 배우로서의 성장에 더 목이 말라 있었으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정통 멜로란다.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그런 기회를 잡았는데 지금이야 말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정통 멜로와 같은 진한 감성이 있는, 어떤 메시지와 울림이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또한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언급하며 “정말 좋하고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과도하게 가볍지 않고 사실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기도 하는 메시지도 좋았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도 나왔으면 좋겠고 도전해보고 싶다. 좀 더 해보지 않은 역할, 지금의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1997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를 통해 데뷔한 그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 ‘순풍산부인과’ ‘학교2’ ‘옥탑방 고양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식객’ ‘천일의 약속’ ‘닥터스’까지 무수한 히트작을 남겼다.

스크린에서는 ‘남자의 향기’를 시작으로 전라 노출로 화제가 된 ‘청춘’을 통해 ‘제2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바라기’ ‘강남 1970’에 이어 신작 ‘프리즌’까지 주로 남성다운 캐릭터로 브라운관에서와는 다른 매력으로 성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