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외로운 걸 어찌해

yejin1

“혼자 사는 것은 정말 편안하고 괜찮은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정말 외롭고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가 한숨을 쉰다. 혼자라는 것은 늘 고독이라는 것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그래도 꼭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가? 라는 마음으로 홀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는 그녀는 이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래도 한 번쯤 해 볼 만한 것이 결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헛웃음을 친다. 홀로 사는 인생이 과히 나쁠 것은 없다지만, 한 생을 살아가며 누군가와 함께 등 맞대고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살아본 적 없는 그녀는 가끔 작은 후회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내가 왜 그 인간하고 사는지 몰라, 아주 끔찍해.”라며 온몸을 떠는 사람도 있다. 이미 반백 년을 산 그녀, 가냘프기 그지없는 몸으로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이 그다지 즐겁지 않으니 나오느니 그저 한숨뿐이다. 속썩이는 배우자가 있다면 천만 번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런대로 누군가와 함께한 세월이 있었기에 가족이 형성되고 기특하게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뿌듯한 행복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늘그막 삶이 외로워 어디 늙은 홀아비라도 있으면 결혼해 볼 생각도 했지만, “사람을 만나면 먼저 도망을 하게 되니 어떻게 시집을 가겠어?’라며 “어찌하겠어,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이러다 그냥 가는 거지 뭐,”라고 한다. 그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라고 묻는 그녀에게 내가 해 줄 말은 없었다. 시집을 가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냥 그런대로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외로울 땐, 그냥 눈물이 나와”라고 했다. 아플 때 물이라도 한잔 갖다 줄 사람 없고, 힘겨워 어디를 갈 수 없을 때 작은 손이라도 잡아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라며 한숨짓는 초로의 노인, 그러더니 별안간 “이럴 줄 알았으면 애라도 하나 데려다 키울 걸 그랬어.”라고 하는 그녀를 위로할 말이 없다.

마냥 자꾸만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마음이 스산해진다. 그러나 워낙 오지랖이 넓은 나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찾기보단 봉사활동을 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힘이 있고 정신이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외로움이란 항상 쓸쓸한 공허를 만들어낸다. 늙은 홀아비보단 늙은 과부의 삶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며 그래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그 누군가가 있는 것이 오히려 행복이 아닐까? 그녀는 “한국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도 안 계시고 형제들은 다 저 살기 바쁜데 얹혀살 자신도 없고 그렇네요.”라고 한다. 정부에서 주는 돈 조금 받아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찻값 내고 보험료 내고 방세 지급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라며 “그렇다고 이 늙은 것한테 누가 일자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답답하고 이젠 이곳저곳 몸도 자꾸 아파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요.”라며 눈시울을 적시며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말은 늘 노인들이 하는 애창곡이다.

아주 옛날 90이 훨씬 넘은 할아버지께서는 “내 소원은 다른 것 하나도 없어, 오직 증손자를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야”라고 하셨다. 아직 시집 장가도 가지 않은 손주들이 언제 시집가고 장가가서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할아버지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도 풀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또다시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다. 인생은 한 번 왔다 가는 것, 늙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홀로 사는 세상이 외로운 그녀, “제가 다른 것은 다 해드릴 수 있어도 어르신 시집보내는 일은 자신이 없네요.”라고 하자 깔깔깔 웃으시며 “아이고, 그냥 해 본 소리야,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시집을 가겠어?”라고 하신다. 그 나이면 어떻고 저 나이면 어떠한가, 우리 모두 외로운 그분들의 자식이 되어 공허한 그 외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