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치매, 그 불분명한 경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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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 그 불분명한 경계(1)

 

65세 남자 환자가 건망증(memory loss)을 호소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최근들어 매우 자주 깜박하여 때론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않아졌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환자는 과거에 알고 있었던 전화번호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고, 또한 최근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하였다. 환자와 함께 내원한 보호자에 의하면 최근들어 환자는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도 아주 쉽게 잊어버리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매우 잦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하고 그냥 넘겨왔지만 최근 수개월에 걸쳐서는 그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져서 혹시 치매(dementia)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하고 걱정을 하며 신경과 전문의(neurologist)를 찾아보다가 마침 필자를 찾아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필자는 우선 환자의 기본적인 인지기능을 평가(assessment)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인지기능(cognitive function)이라 하면 여러가지 영역을 포함하는데 보통은 다섯가지 분야를 통틀어 인지기능이라고 지칭하게 된다. 이 다섯가지 영역에는 기억력(memory)을 포함하여, 주의력(attention), 실행능력(executive function), 시공간인지력(visuospatial perception) 및 언어능력(language)이 들어 있다. 환자의 경우 기억력 감퇴 이외에 언어능력이 다른 인지기능 영역에 비하여 매우 심하게 감소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환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을 금방 떠올려 내지 못했으며, 물건 이름들을 바로 생각해 내지 못 했고, 글쓰기 또한 매우 힘들어 했고, 검사 도중 글을 읽고 이야기 줄거리를 잘 파악하지 못하였다. 환자는 책을 읽을 때도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고 하였으며,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의 말수가 갈수록 감소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또 최근들어 자주 환자가 TV를 보면서도 TV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 가기 힘드는 것 같았다고 말하여 환자의 언어기능 장애를 확인해 주었다.

 

짐작할 수 있듯이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 감퇴를 포함한 어느 정도의 인지기능(cognitive function)의 저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노화에 의한 단순 인지기능 저하인지 아니면 치매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인지 일반인들이 판단하기에는 매우 불분명한 영역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겠지, 누구나 이 정도의 문제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치매의 조기 진단이 매우 힘들게 된다. 다른 말로 이는 곧 문제에 대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없게 된다를 의미하며 질병의 예후를 매우 나쁘게 하는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필자를 찾아온 이 남성 환자의 경우 곧이은 정밀검사를 통해 치매의 한 종류인 전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로 진단되었으며,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지면관계로 다음에 이어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신경내과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703-277-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