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요즘 ‘갑질’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찾아보면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건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한항공 땅콩 회항’이 시작되면서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갑질’도 여러 가지 형태이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누구 말마따나 너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바로 소유주 형 갑질이다. 소유주 형 갑질은 흔히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유형들에게서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을 마치 물건 또는 종을 다루듯 하며 폭언을 비롯하여 폭행을 일삼는 경우이다. 이것은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맘대로 부릴 수 있다는 빗나간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유주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들은 자신의 사람들을 그렇게 마구 대할 수 있었던 것일까? 부유하게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보다 더 적게 가진 사람이 많다. 더구나 나를 부유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내 기업을 잘 이끌어 주며 성실하게 일한 직원 즉, 식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하여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직원에게 폭언하고 폭행까지 저지르는 그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나도 모르게 울분이 터져 나온다. ‘더러워도 참아야 하고 힘들어도 견뎌야 한다.’라는 것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꾹꾹 참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 뿐이다.

 

 

 

어느 여인은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간병인이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다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병구완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그녀를 보더니 “먹을 것도 마땅치 않으니 시장가자.”라고 하였다. 그녀는 노인과 함께 마트를 갔는데 배추 한 상자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카트에 하나 가득 차오르도록 물건을 사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노인을 보며 처음엔 왜 이리 음식을 많이 하는가 의아해했는데 아파트에 오자 간호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고 사 온 식품으로 요리를 하라고 하였다. 여인은 말없이 배추 한 상자 씻고 절여 김치를 담고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 통에 넣었다. 그렇게 일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우연히 노인이 어딘가에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애, 식모가 새로 왔어. 그래서 김치하고 밑반찬 만들었으니까 내일 와서 가져가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당장 일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날 할머니에게 가니 어제 온종일 힘들게 만들어 놓은 김치와 밑반찬은 어디론가 모두 다 사라져 버리고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다. 그녀는 시치미 뚝 떼고 “할머니 어제 만든 반찬은 다 어디 갔어요?”라고 물으니 “아 그거? 우리 딸하고 며느리가 아침에 와서 가지고 갔어.”라고 하였다.

 

 

 

그렇게 그녀는 간호사가 아닌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 만드는 ‘가정부’로 변해있었다. 그녀는 힘이 들었다. 그리하여 할머니에게 “저는 간호사이지 가정부가 아닙니다. 할머니 드시는 것이면 당연히 해 드리겠지만, 매주 이렇게 반찬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할머니는 바로 회사에 전화하더니 “나, 이 사람 맘에 안 드니까 다른 사람 보내줘요. 일하기 싫다는데 내가 어쩌겠어? 그러니 내일 당장 다른 사람 불러 줘요.”라더니 “내일부터 나오지 말아요.”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건 아닌데, 내가 잘못한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만둘 수도 없고 계속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간호인이 자신의 집에 온 가정부라고 생각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돈을 주면 다 그렇게 되는 것일까? 내가 할 일이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인간일 뿐이다. 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돈이란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중요한 것일 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갑질이나 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아라. 없는 자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 것이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도리이고 사랑이다. 없는 자도 언젠간 있는 자 위에 서 있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고 마음을 아프게 해 주는 일도 하면 안 된다. 더구나 사람에게 선한 일은 하지 못해도 악한 일은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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