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루는 법 (1)

감정은 안으로 삭히는게 좋을까? 모두 토해내는 것이 좋을까?
우리의 몸이 정신적인 압박, 즉 스트레스로 인해 병이 걸릴 수 있다면 우리는 대체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솟아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아 저절로 잊혀질 때까지 삭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울컥하는 이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어 마음 속에 단 하나의 응어리도 남겨두지 않는 것이 좋을까?
많은 이들이 화가 날 때마다 이 두가지 방법 사이에서 고민 하지만 사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이 두가지 다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단 여과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본인에게는 순간적인 위안이나 해방감을 줄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그렇게 타인에게 전이되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종국에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경험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많은 경우 남들에게 쏟아 내기 보단 홀로 모든 감정을 안아 삭히게 되는데, 이 때엔 분출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사라지기 보다는 점점 깊이 내 안으로 파고 들어 몸과 마음을 더욱 병들게 한다.

 

 

상처받은 마음은… 저절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압력 밥솥을 한번 상상해 보자. 어떤 요리를 위해 이미 몇 시간 동안 꾸준히 열을 가해 그 안의 압력이 한계치까지 높아진 상태의 밥솥을 말이다. 이 높아진 밥솥안의 압력이 바로 우리 안에 쌓여온 스트레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압력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요리를 하려면 밥솥에 열을 가해야 하듯이, 타인과 부딪히며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열을 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가해진 ‘화기(火氣)’는 물리학의 ‘열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긴 시간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된다. 뜨겁게 가열된 밥솥안의 압력은 저절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럴 때 압력이 이미 높아진 밥솥의 뚜껑을 강제로 열려고 하면, 일단 잘 열리지도 않을 뿐 더러 막상 여는데 성공을 한다 해도 단번에 분출되는 대량의 열기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레스와 상처로 인해 닫힌 마음의 문을 강제로 열려 하면 잘 열리지도 않지만, 열었을 때 갑자기 벌어진 마음의 틈을 통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독기는 주변인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그렇다고 밥솥의 압력이 저절로 낮아지기 까지 그냥 놓아두자니 그 사이 우리는 밥솥을 사용할 수도 없고, 높아진 압력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위험성을 계속해서 내포하게 된다. 우리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불화가 두렵다는 이유만 가지고 상처받은 감정을 그대로 방치하면 한동안 그 마음은 제대로 기능 하지도 못하고 언제라도 부셔져 버릴 수 있는 불안한 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높아진 밥솥의 압력을 방향과 흐름을 조절해 조심스레 분출하듯이…
밥솥안에 높아진 압력을 가장 현명하게 배출하는 방법은 요리를 하지 않는 것도, 한번에 열어 재끼는 것도, 그냥 그대로 놓아 두는 것도 아니고, 뜨겁게 달구어진 증기와 압력을 밥솥의 압력 배출구를 이용해 조심스레 그 흐름을 조절하며 안전한 방향으로 배출시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거칠게 자극 받아 고양된 감정과 그로 인한 상처를 그 흐름을 조절해 가며 안전한 방향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분노가 일어난 순간 그 뜨거운 마음을 담아 당사자에게 직접 욕설을 내뱉기 보다, 조금 세련되게 그 감정을 다듬고 표현을 순화시켜 ‘시’나 ‘일기’와 같은 예능의 형태로 표출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만약 그러한 예술적인 재능은 내게 없다면 가까운 지인과 함께 순화된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법도 좋다. 다만 감정은 짧은 시간에 배출할 때 보다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배출할 때 좀 더 너그러워 지는 경향이 있으니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감정을 억제의 대상이 아닌 세련되게 다듬어야 할 정제의 대상이며, 감정이 향하여야 할 곳은 내 속도 타인의 면전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