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당신 때문에

친절한 말씨와 상냥한 모습,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 하지만 그녀는 책상 앞에 앉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휴지 한 장을 내밀었다. 그녀가 눈물을 닦더니 “미안해요, 별안간 눈물이 흐르네요.”라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눈물이 나오면 울어야 하고 웃음이 나오면 웃으면 됩니다.”라고 하자, “그러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너무 속이 상해요.”라고 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 3살, 5살이 된 아이가 있어 직장을 다닐 수 없었고 남편이 버는 돈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남편의 행동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이 혼자 일하려니 힘들어서 그러는 줄만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 아이들 학교 가면 나도 어디 일하러 갈게.”라고 하자 “누가 너보고 돈 벌어 오래?”라며 신경질이 넘어 짜증 내는 남편의 태도가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참기로 하였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하루는 남편이 들어오더니 아내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너와 사니까 될 일도 안 돼”라는 말로 시작하여 부부싸움과 심한 말다툼이 있고 난 후 남편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세상에 이유 없는 대화는 없다. 아무리 남편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곳저곳으로 연락해 보았지만, 남편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남편의 행방을 안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약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내심 반가웠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남편 입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으로 들어간 남편이 옷 가방을 가지고 나와 소파에 앉더니 “나 너하고 살 마음이 없다. 싫은데 어떻게 사냐? 그렇게 알고 돈 버는 대로 통장에 아이들 양육비하고 생활비 보내줄 테니까 그리 알아라.”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가방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급하게 남편을 따라나서며 “이유가 무엇이냐? 왜 별안간 나가는 이유가 뭐냐?”라고 따져 묻듯이 하자 “나는 너하고 정이 떨어져 살 수가 없다.”라고 한 후 남편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졌다. 그녀는 남편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러나 그렇게 나간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을 버티었지만, 보낸다는 돈은 오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주중에는 세탁소에서, 주말은 미용실에서 궂은 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하지만, 그 돈으로 아이들과 생활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보아 주어 그런대로 일은 할 수 있었지만, 삶이 너무 어려웠다. 방 한 칸 있는 아파트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남의 집 지하 셋방이라고 옮기려고 하니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눈물뿐이었다. 한참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니 그녀가 시계를 쳐다본다. “아이들 때문에 가야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속이 후련하게 털어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요.”라는 그녀의 차에 쌀 두 포와 라면 세 상자 그리고 오이지를 담아 넣어주었을 때 그녀가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니에요. 내가 미안해요.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내가 미안합니다.”라며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자 그녀가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두 군데를 뛰어다니며 일을 해서일까 그녀의 고달픔이 한눈에 들어왔었다. 먹는 것이야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만,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할 거처를 찾는 것이 그녀에게 찾아든 커다란 서글픔이었다. 남편은 어디로 갔을까? 아직 부모 품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과 능력 없는 아내를 버리고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무거운 십자가를 지기엔 너무 힘겨워 보이는 젊은 엄마, “저는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두고 그럴 수도 없어서 그냥 이렇게 살고 있지만, 산다는 것이 저에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던 그녀가 가여워 마음이 아팠고 그녀의 고통이 너무 커 마음이 슬펐다. 슬픈 눈물을 흘린다고 모든 일이 해결될 수만 있다면 나도 울어야 했다. 걱정한다고 슬퍼한다고 일이 해결될 수는 없다. 누구나 모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슬픔도 고통도 가슴을 끓이는 애절함도 없는 그런 행복을 꿈꾸며 사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 나의 작은 마음을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가슴 속에서 뜨겁게 우러나오는 충만한 행복이 있을 것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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