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가 아닌가?

제조업체의 기술 자문을 담당했던 일을 하던 90년대에는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해야했다. 미시간에서 인디아나, 오하이오, 위시콘신, 어떤때는 미네소타, 펜실베니아까지 운전을 하고 다녔다. 대부분의 큰 제조업체들은 대도시 보다는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어서 비행기로 가면 여러번 갈아타야 했다. 차로 3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비행기를 이용하면 시카고까지 가서 다시 갈아타고 날아가야하는 통에 7시간이나 걸렸다. 또 시카고 공항이 미국내 가장 바쁜 공항의 명성에 의해서 연기, 연착이 빈번했다. 3시간이상 운전하다보면 당연히 식사를 여행중에 해야하는데, 식당 선택이 쉽지 않았다. 인디아나 시골의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때면 지나가던 동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동양인을 신기한듯 처다보곤했다. 마치 예전에 우리나라 산골에 흑인이 등산왔을때 동네 아이들의 반응과 같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혼자서는 아무 식당이나 불쑥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낯선 곳에서는 브랜드 식당을 찾는다. 애플비, 맥도날드, 버거킹, TGIF, 데니스등 아는 이름의 식당만 간다. 브랜드식당은 자신들의 명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 시골의 조그마한 개인식당에서 흑인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했다고 치자, 이 사건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 식당의 이름도 모르는 시골 개인식당쯤은 그런 무식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식당이 시골 개인식당이 아니고 맥도날드였다면, 이건 톱뉴스가 된다. 맥도날드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우리 기대에 벗어난 말도 안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TV에서 가끔 보는 프로그램 중에는 ‘Undercover Bos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각 회사의 CEO 또는 President들이 암행어사식으로 자신들의 회사에 말딴 직원으로 취직해서 경험하고 느껴본다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CEO들의 공통된 최대 관심사는 브랜드의 이미지이다. 점포 지점장이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는 분노해 하는 CEO는 나중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를 징계하고, 회사의 브랜드를 더욱 부각하게끔 노력하는 직원을 보고 만족해 하는 CEO는 나중에 그 직원에게 장학금과 휴가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업계에도 이미지가 있다. 성공하는 부동산 회사의 최대 목표는 이윤창출보다 이미지 부각에 있다. 리뷰가 좋은 부동산에서 말도 안되는 처사를 당하는 경우는 없다. 좋은 리뷰의 회사 운영은 개인을 상대로 비지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회사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내 앞의 거래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보다, 내 앞의 손님의 리뷰(평가)가 백배 중요하다고 자명한다. 잘못된 리뷰 하나는 좋은 리뷰 10개로도 감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방문하신 친척분을 이곳의 프랜차이즈 식당에 모시고 간적이 있다. 그 친척분께서 그 식당의 이름 듣고 하시는 말씀이 “가가 가 아닌가?” 즉, “그 식당 프랜차이즈는 한국에도 들어와서 나도 안다”를 말씀하신 것이다. 그 친척분은 당연히 그 식당의 브랜드 품질을 알고 계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