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치료하는 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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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부터는 Dr. 임정국 선생님의 글이 나갑니다

32세 여성 환자가 두통으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반복되는 극심한 두통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정도로 고생하고 있었으며 과거 진통제 등 약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치료를 받아보아 봤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두통이 심할 경우 속이 미쓱거리고 구토를 하기도 한다고 하였고 욱신거리는 두통이 때로는 하루종일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보통은 5-6 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하였다. 환자는 적어도 한달에 15일 이상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환자가 필자를 찾은 결정적인 이유는 두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를 찾아가보라는 가족의 권유가 컸지만 사실 두통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두통이 생겼던 젊었을 적부터 비록 신경과 전문의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병원에서 다른 의사들에게 두통약을 처방받아서 계속 복용해왔고 나중에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것이나 본인이 약국에서 그냥 약을 구입해서 먹으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가지 않았을 뿐이었다. 다만 내원 2년전에 하도 머리가 오래 아파서 혹시 머리에 무슨 병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내과 선생님을 찾아가서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MRI)를 찍어보았으나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환자는 이미 다양한 약을 시도해보았고 또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경험을 했기에 필자를 찾기는 했으되 치료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별로 없어보였다.
어쨌거나 필자는 이 여성환자는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하고 이 단계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보톡스 치료를 시행하였다. 환자도 놀랐고 그 가족들도 놀랐다고 전해들었는데 이 환자는 보톡스 치료 1주일후 두통의 빈도와 심한 정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였으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보톡스는 사실 알러겐(Allergan)이라는 제약회사가 만든 보툴리늄 독소의 상품이름이며, 원래 보튤리늄이라는 세균(Clostridium botulinum)에서 얻어진 신경독소(neurotoxin)이다. 일반인들에겐 흔히 얼굴의 주름을 펴주는 성형 목적으로 쓰이는것으로 알려져있으나, 극소량으로 근육의 마비를 일으켜 짧은 시간안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매우 치명적인 독소로 생화학무기로도 사용되는 무시무시한 독소이다. 오래전부터 보톡스의 두통개선 효과가 보고되어왔으며 마침내 2010년에는 미식품의약국(FDA)에서 만성 편두통의 치료로 승인을 받게되었다. 더욱더 흥미로운점은 보톡스 치료로 두통 및 삶의 질이 개선됨과 동시에 만성편두통의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먹는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 편두통 환자의 약 70% 정도에서 보톡스 치료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위 여성 환자의 예와 같이 만성 편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필자는 보톡스 치료를 한번 고려해보라고 권하고싶다. 보톡스 치료는 신경내과 전문의에 의해 안전하게 시술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신경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란다.

의학박사(M.D.), 신경내과 전문의(Neurologist) 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