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달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쓸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벌어야 하는 데 쓸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삶에 대한 희망보다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일 할 수 있는 열정, 돈을 벌 기회는 많지만, 일 할 수 없을 때의 절망,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SSI에서 $725 받아 방세 $500 내고 남은 돈으로 약 몇 개 사고 나면 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흐른다. 당뇨로 시력을 잃고 나니 할 일은 많지만, 보이지 않아 일할 수 없기에 세상 삶이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급속히 눈이 더 안 보이기 시작해요. 한쪽 눈은 아예 보이지도 않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안경에 돋보기를 쓰고 더하여 다른 돋보기를 썼지만, 글 하나를 읽기가 어려웠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겨우 글자 한 자를 읽을 수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랴, “이래서야 무슨 일을 하겠어요. 너무 답답하네요.”라며 한숨을 내쉬는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살아가야 하기에 일을 해 보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아무것도 그는 할 수가 없었다. 다른 한쪽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 한쪽 눈마저 시력을 잃어간다고 하였다. 눈이 있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귀가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으면 글로 대화할 수 있겠지만,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일일이 누가 따라다니며 읽어줄 수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손으로 다리를 툭툭 치며 “약값만 없어도 괜찮겠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니 약을 끓을 수 없고, 병원 갈 때마다 얼마씩 내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힘이 들어요. 이번에 안과에 가는 데 갈 때마다 병원비를 내야 하니 너무 힘들어요.”라는 그의 얼굴에 고통보다 더 험한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멋지게 산다는 것은 그저 나오는 누군가의 삶일 뿐이다. 그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붙어 있는 목숨, 구차하게 살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 깊이 잠들지 못하는 그들, 배부르고 따뜻한 사람은 해가 동쪽에 뜰 때까지 퍼질러 자도 되지만, 배고파 떨고 있는 사람은 내일을 걱정하며 잠 한숨 깊이 들지 못한다.
안과에 가야 하는데 돈이 없어 어찌할지를 걱정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삶이 너무 서글프다.’라는 생각에 잠긴다. 도와주고 싶지만, 나도 지금 사무실 월세가 들이닥쳐 감히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단 몇십 달러가 없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에 빠진 그의 얼굴에 언제쯤 잔잔한 미소가 흐를 수 있을까, 두 개의 돋보기로도 보이지 않는 눈을 지탱하기 힘들어 안과에 가야 하는데 병원에 내야 할 돈이 없어 깊은 한숨을 내쉬는 그, “그것도 그거지만, 병원에서 검안이 나오면 다른 안경을 사야 할거예요.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요?”라고 말하더니 허허! 하고 웃으며 “안경을 맞추는 것도 장난이 아닐 테니 그냥 월마트에 가서 비슷한 거로 사야 할 것 같아요.”라며 “월마트가 쌀까요? 아니면 코스코가 쌀까요?”라며 나를 바라본다. “미안, 나는 그거 모르는데, 그곳에서 안경을 안 사 봐서.”라고 하자 “그래도 월마트가 좀 더 쌀 것 같아요.”라고 한다.

 

 

하긴 비싼 돈을 내고 안경을 맞추어도 얼마 있으면 눈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돋보기는 CVS에서 싼 것으로 산다. “이번에 SSI 돈 나오면 일단, 방세 주고 월마트에 가서 안경 사야겠어요.”라며 눈을 비빈다. “안경 세 개를 써도 보이지 않으니 정말 답답해요.”라고 말하는 그는 어디선가 온 전화를 눈 가까이에 대고 무엇을 읽으려는지 눈을 껌뻑이며 안경을 쓰고 또 쓰고 하나를 더 쓰고도 읽지를 못한다. 내가 다가가 어디에서 온 전화라고 하자 “그래요?” 하더니 전화를 받으며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당뇨약은 빼놓고 먹어야 하는데 그 약값이 “$30달러나 받아요.”라며 한숨 쉬는 그, 그가 아파도 그가 힘들어도 돌보아 줄 가족이 없으니 나에게 하소연 같은 넋두리를 하는가 보다.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 답답해하는 그의 삶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 이튿날, 그가 미소를 지었다. “왜? 무슨 좋은 일 있어?”라고 물으니 “누가 뭘 좀 도와달라고 해서 해 줬더니 고맙다고 “$60을 줬어요.”라며 뜻밖의 수입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도 참 고맙네.”라고 하자 “이제 낼모레 병원 가서 낼 돈이 생겼어요.”라며 기쁨에 차 있다. $60달러가 가져다준 희망이었나 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