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 세월위로 걷는 길. 페리토 모레노 빙하 트레킹 (1)

바람이 대지를 쓸어올리며 파타고니아의 아침을 깨우니 산촌 엘 칼라파테의 싱그러운 하루가 촉촉하게 열립니다. 이 지역 유일한 한인 소유의 소담스런 숙소 린다 비스타에서 포근한 밤을 지내고 커피향 짙은 아침을 즐깁니다. 파타고니아 트레킹 종주는 이제 아르헨티나에서 칠레 국경을 넘는데 그 전에 산악마을 엘 칼라파테에서 페리토 모레노 빙하 트레킹의 본 고장 로스 글래시아레스 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이 공원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산타크루즈 주에 속해 있는데 안데스 산맥 꼭대기를 뒤덮은 만년설과 푸른 숲이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자국민들은 이과수 폭포와 더불어 이 공원 일대를 양대 최고 명승지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데 총면적은 60만ha인데 30%가 빙산과 빙하로 덮여있고 무려 47개의 빙하 호수와 빙하가 차지하고 있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수려한 자연미를 유감없이 드러내놓고 있는 생동의 땅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르헨티노 호수가 공원 남쪽에 있고 북쪽에는 여기에 버금가는 비에드마 호수가 있어 쎄로 또레, 마운트 피츠로이 등의 첨봉이 있는 피츠로이 산군과 거대하고 웅장한 팽창 빙하인 모레노 빙하를 품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자랑이며 자존심으로 아직까지도 칠레와의 영토분쟁에 휘말려있는 불안한 형국의 땅이기도 한 로스 글래시아스 국립공원. 오늘 우리는 수 만년 세월 위를 걸어보는 빙하 트레킹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 이색적인 트레킹은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조망하고 돌아오는 크루저에서 하선을 하여 시작이 됩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폭 6km 높이 60m 길이 35k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유동 빙하로써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습니다. 물속에 잠겨있는 높이만도 기백미터라니 그 규모와 크기는 단연 경이를 넘어 경악스럽지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빙하의 빛이 신비하도록 푸른색을 품고 있는데 이는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는 광물질 중에 푸른색만 반사하는 것이 있어 이런 현상을 보인다 합니다.
또 보트를 타고 깨어져 흩어진 유빙 사이를 헤집고 빙하에 접근하면 내부에서 간단없이 이어지는 빙하의 균열과 붕괴의 소리는 더욱 거대해지고 천둥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빌딩만한 크기의 빙하가 계속해서 무너져 내림을 보는 행운이 따를 때면 가장 걸출한 장면을 연출하게 됩니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연일 부서져 내리는 빙하에도 불구하고 모레노 빙하는 하루에 최대 2m까지 자라는 기묘한 현상을 보이는데 이로 인하여 더욱 특별한 존재로 사랑 받고 있나 봅니다. 세계 도처로 부터 수많은 여행객들을 이곳으로 몰려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푸른빛의 거대한 빙하 위를 걷는 이 빙하트레킹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빙하 위를 걷는 두어 시간 동안 크레바스 곁을 지나며 오감이 위축되고 얼음 동굴 속을 지나며 짜릿해 해보고 가까이서 부러운 듯 손을 흔들어 보이는 크루저 승객들에게 여유 있는 손짓 보내며 우쭐해보는 재미에 마지막 반환점에서 빙하 얼음을 넣은 잔에 위스키 온 더 락 원샷으로 마시며 장구한 역사를 들이킨 듯 취해보는 이색 경험.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