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8일, 해외 자진신고 프로그램 (OVDP) 종료된다

상담을 기다리고 있던 깔끔한 차림의 부부는 표정이 어두웠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의 또래인 듯. 테이블 위에 갓 준비된 세금 보고 양식을 놓고 꼼꼼히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주에 친구로부터 우연히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 의무를 접한 후 매일 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읽다보니 내일이라도 감옥에 끌려갈 것만 같아 잔뜩 겁을 먹고왔으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나또한 그런 기사들을 많이 읽어본 터라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겁을 잔뜩 먹고있는 고객일수록 팩트부터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실컷 상담하고 가서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해서 사실은 얘기하지 않았던 숨겨놓은 자산이 있는데 그래도 같은 어드바이스를 따라 하면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많은 팩트를 알아내는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될 수 있으면 얘기하는 중에 방해를 하지 않고 차분히 주의깊게 앞뒤의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따져가며 듣다보면 행간에 숨기고 있는 사실들을 의외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답이 뻔한 질문을 해대는 순간, 사실은 질문에 따라 변질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보통 비슷비슷한 케이스들을 많이 다루므로 변호사들이 미리 정답을 머리에 담고 상담하거나 빨리 결론을 짓고 사건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초기에 답답할 정도로 충분히 팩트 파악을 하고 뒷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더 빨리 최선의 길에 도달하는 지름길임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모로코에서 미국에 이민온 지 거의 15년이 되어가는 부부였다. 몇 년 전 친지 방문시 묵을 별장을 모로코에 사두었고 따로 임대수입은 없었다. 그간 돈도 많이 건너갔고 해외은행 거래도 활발했다. 교육도 충분히 받아 영어도 능통한 이들이 어째서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알지 못했을까? 방송이나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는데.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하며 내 앞에서 억울함의 눈물을 쏟아낸 것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믿고 흘려들었던 것일까? 정말 몰랐다 하더라도, 지금 이순간부터는 더이상 “몰랐었다”는 주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이들이 앞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주 미국세청 (IRS)에서 해외 자진신고 프로그램(Offshore Voluntary Disclosure Program, 혹은 OVDP)을 올해 9월 29일자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해외에 가지고 있는 금융계좌 잔액을 모두 더해서 합이 만불이 넘었던 순간이 있다면 그 해의 신고 의무(FBAR)가 생긴다. 해외금융계좌신고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민다. 자진 신고한 후에는 형사 처벌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지만, 6년치를 한꺼번에 신고해야 하고 이자소득이 있었다면 수정 보고까지 병행되므로 만만치 않은 신고 비용과 벌금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10월부터는 그나마 내밀었던 당근도 사라지고 채찍만 있을 예정이다.
일단 신고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온 고객에게 2017년 신고부터 늦지 않게 하자고 했다. 세금 보고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으므로 올해치 해외은행 거래 내역서를 모두 검토하여 정보를 어떻게 양식에 넣는지 알려줬다. 이미 늦어진 이 전 5년치 신고는 해외 은행에서 내역서를 부탁한 다음, 그 해 최고액을 12월 31일 환율을 기준으로 바꾸고, 반올림하여 기입한다.

 

 

 

다행히 그간 세금보고도 꼬박꼬박 해왔고 미납된 세금액도 없는 이 부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이렇게 단순히 FBAR 보고가 누락된 케이스인 경우 벌금(Penalty) 없이 보고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 “Delinquent FBAR Submission Procedures”을 이용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아직 미국세청에서 조사가 들어가지 않았고 누락된 FBAR에 대한 연락을 받지 않은 상태라 가능한 시나리오다. 고객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상담을 끝내고 일어서면서 한마디 툭 던진다. 모로코에 계신 아버지가 올해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남기신 재산이 있는데 세금 문제가 어떻게 되나요. 노트를 접다가 다시 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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